도심의 편안함을 벗어나 야생에서의 삶을 경험하며,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됩니다. 불편하고 낯선 환경 속에서 오히려 살아 있다는 감각이 또렷해지고, 잊고 지냈던 본능과 감각이 깨어납니다. 문명에 익숙해진 우리는 자연 앞에서 겸손해지고, 그 속에서 진짜 ‘사람다움’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야생 체험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나 자신을 마주하는 깊은 여정이었습니다. 사람은 평상시 규칙적인 일상속에서는 한정된 생각만 하게 되는데요. 일상생활을 벗어나 평소와 다른 환경에서 평소 생각지 못했던 부분까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이러한 야생 체험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좋은 경험이 될 수있습니다.
문명의 편안함을 떠나, 야생으로 한 걸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편리함에 너무 익숙해졌습니다. 버튼 하나로 불이 켜지고, 수돗물을 틀면 따뜻한 물이 나옵니다. 배가 고프면 배달 앱을 켜고, 추우면 보일러 온도를 높이기만 하면 됩니다. 이런 일상 속에서 ‘자연’은 그저 주말 나들이나 여행지로 소비되는 배경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느 날, 이 익숙한 삶을 내려놓고 야생 체험이라는 낯선 도전에 뛰어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도심의 빌딩과 시끄러운 소음을 뒤로하고, 오직 나무와 흙, 바람과 물소리만이 있는 깊은 숲으로 들어섰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솔직히 ‘내가 왜 여길 왔을까’ 하는 후회였습니다. 전기가 없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불편할 줄 몰랐고, 밤이 되자 캄캄한 어둠과 정적이 무서워지기까지 했습니다. 도시에서는 당연했던 것들이 이곳에서는 하나도 당연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조금씩 변해가는 제 자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없이도 하루를 살아갈 수 있었고, 비 오는 날 물을 모으기 위해 바가지를 들고 뛰어다니는 제 모습에 웃음이 났습니다.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제 몸과 마음이 자연의 리듬에 맞춰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정말 이 문명의 틀 속에서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일까? 혹시, 우리가 잊고 있던 어떤 감각이나 본질이 자연 속에 남아 있는 건 아닐까? 그렇게 제 야생 체험은 단순한 ‘불편한 여행’이 아닌, 저를 다시 바라보는 여정이 되었습니다.
불편함 속에서 피어나는 감각과 본능
야생 속에서의 하루하루는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오늘 필요한 물을 확보하고, 나무를 주워 불을 피우는 일이었습니다. 도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이곳에서는 생존을 위한 기본이 되었지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불편함 속에서 잊고 지냈던 본능과 감각이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 하나에도 귀가 쫑긋해지고, 바람의 방향에 따라 날씨를 예측하게 됩니다. 작은 불씨 하나가 꺼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불을 지키는 동안, 제 안에서 무언가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자연의 냄새, 흙의 촉감, 물이 흐르는 소리가 온몸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처럼 야생에서의 감각은 거칠고 불편하지만, 그만큼 진짜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배고픔'이라는 감각이었습니다. 평소에는 배가 고프면 습관처럼 먹었지만, 이곳에서는 식사를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했기에, 식사 한 끼가 주는 감동이 남달랐습니다. 간단한 국 한 그릇, 구운 고구마 하나조차 눈물이 날 만큼 고마웠습니다. 먹는 행위조차도 본능이자 축복이라는 걸 처음으로 깨닫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이 모든 경험은 ‘사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제 시선을 조금씩 바꾸어 놓았습니다. 인간은 생각보다 연약하고, 동시에 놀랍도록 적응력이 뛰어난 존재였습니다. 문명 속에서는 너무 많은 것이 자동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느낄 수 없었던 것들. 예를 들어 생존을 위한 집중력, 두려움을 다스리는 본능, 그리고 아주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 이 바로 자연 속 삶에서 하나씩 되살아났습니다.
다시 돌아온 일상, 그리고 사람이란 존재에 대한 새로운 시선
며칠 간의 야생 체험을 마치고 다시 도심으로 돌아온 날,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전과 똑같은 공간인데,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질까?” 따뜻한 물이 나오는 샤워기, 밝은 형광등, 냉장고 속 가득한 음식들. 모든 것이 분명 편리하고 익숙한 것들이었지만, 왠지 모를 거리감이 생겼습니다.
자연 속에서는 숨 쉬는 것 하나까지도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물 한 모금의 무게, 밤하늘의 별빛, 새벽녘의 고요함.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 이 문명의 세계가 얼마나 복잡하고 소음에 가득한지를 다시금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도시에 돌아온 몸은 편안했지만, 마음은 오히려 숲을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사람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이전보다 더 자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기술과 문명의 발전 속에서 삶을 훨씬 풍요롭게 만들었지만, 그만큼 자연과 거리 두기를 하며 본질적인 무언가를 잃어가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 태어났지만, 이제는 자연을 통제하려 들고, 불편함을 제거하며 살아가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사람다움이란, 불편함을 이겨내는 힘, 자연과 공존하려는 마음, 그리고 일상의 소중함을 자각할 수 있는 겸손함에서 비롯된다고 저는 믿게 되었습니다. 야생은 제게 그런 감정을 되찾아준 소중한 스승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예전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가끔은 걸음을 늦추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다시 바라보려 합니다. 야생 체험은 끝났지만, 그 시간은 제 안에서 계속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